여름의 끝자락, 신라의 숨결이 깃든 경주 남산의 칠불암 계곡은 짙은 녹음과 시원한 물소리로 가득했습니다. 고등학생이었던 박철민은 친구들과 산행을 하던 중, 계곡의 이끼 낀 바위를 건너다 그만 발을 헛디뎌 거센 물살 속으로 빠지고 말았습니다. 바위에 다리를 심하게 부딪친 철민은 발목을 쓸 수 없었고, 고통스러운 신음만을 내뱉으며 물가에서 옴짝달싹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마침 그곳을 지나던 세 명의 여학생 무리가 그 광경을 목격했습니다. 다들 놀라 당황하는 사이, 중학생이었던 김은숙이 망설임 없이 거침없는 발걸음으로 다가왔습니다. 은숙은 침착하게 비상 구명대에 있던 약을 꺼내 철민의 상처를 소독하고 응급처치를 해냈습니다. 그러고는 자신의 등산 지팡이를 철민의 손에 단단히 쥐여주며, 작은 어깨를 내어주었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