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은 바람을 거역해서 향기를 낼 수 없지만, 선하고 어진 사람이 풍기는 향기는 바람을 거역하여 사방으로 번진다.

고향소식/고향소식 (성주)

이 한 점의 그림 - 가야산 맑은 시냇가에서 고기 잡는 가족들

가야돌 2026. 3. 8. 17:33

 

가야산(伽倻山)과 은혜 입은 사람들

 

   경치가 뛰어나게 아름다워 소백산맥 중의 하나인 명산(名山), 민족의 생활사가 살아 숨 쉬고 있으며 불교의 성지인 영산(靈山)인 가야산은 우리 옛 고향집 뒷산에서도 늠늠하고 장엄하게 뻗어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곳곳에 계곡과 폭포가 있어 절경을 이루며 봄꽃과 가을단풍이 아름다움을 더하고, 물소리가 유난히 커 많은 관광객이 몰려드는 우리 고향산 가야산아! 산 중심부 계곡을 타고 쏟아지는 냇물과 김천 서북쪽에서 가야산 둘레를 흘러흘러 내려오는 무흘구곡이 합쳐 대가천(大家川)을 만들며, 옛날 어릴 적 수륜 무흘구곡중 1곡인 선바위 아래에는 용으로 환생되지 못한 천년 묵은 이무기가 살고 있어 사람들 모두 감히 깊은 물속을 무서워 볼 수도 없었다고 했었다. 그러나 그 깊은 물 속에서는 사철 마르지 않았고 자라, 송어 등 물고기가 많이 살고 있었다.

 

 위 그림은 산수화가 조규석 화백께서 수없이 가야산을 오르내리면서 가야산 모습이 가장 환하게 모습을 드러내며 진가를 발휘하는 영산(靈山)을 가장 아름답게 나타낸 가을 가야산과 대가천 장면이다.

 가야산은 그 옛날 지구 저 깊은 곳에서 용암이 분출되어 하늘을 뒤덮으며 내뿜은 후 어느 날 갑자기 그대로의 모습으로 멈추었기 때문에 바위산은 항상 붉은빛으로 신기함을 나타내었고 아침이면 진한 적색으로 잠간 모습을 보여준 후 높디높은 1400고지는 중간 중간 우거진 수풀과 함께 항상 검붉은 색상을 만든 후 언제나 구름이 함께 머물며, 등산객이 오를 때마다 빗줄기를 내뿜으며 신령스러운 속살은 함부로 보여주지 않고 항상 신비에 쌓인 채 오늘까지 역사를 지켜왔다. 그림 왼쪽 중간에는 우거진 숲속에서 이름 모를 산새들이 하루종일 울어대고 늑대들이 우글거리기 때문에 어린 우리 나이로서는 무서워서 근처에는 감히 얼씬거리지 못했다.

 

  위 그림은 지금으로부터 약 7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1950연대 말경이다. 지금 냇가 물길 갈라진 중간에서 낚시를 하는 사람은 울 아버지가 맞다. 맨 우측 세 사람은 형님과 동생 초등학생인 본인이 아버지가 잡아온 물고기를 어머니(중간 사람)가 먹을 수 있도록 장만하고 있는 중이며, 바로 옆 두 여성은 누님과 여동생인데 반찬을 준비하고 있다. 조규석 화백께서는 50 여년 지난 지금에서야 장엄한 그 당시의 모습을 이 세상에 다시 찬란하고도 추억이 사무친 옛 모습을 그림으로 생생하게 환생시켜 놓았다.

 

  그 당시 농촌은 참으로 어렵게 살았다. 가뭄은 해마다 심하게 찾아와 곡식은 구경하기 어려웠고 소나무의 속껍질인 송기(松肌)로 떡을 만들어 때를 이었고 산나물과 뿌리를 캐어 먹기도 했다. 우리 가족들은 인근 가천 장날 아버지께서 나무를 해서 팔았고 어쩌다 가족 몇 명이 같이 간 그날은 돼지국물 한 두 그릇만 사서 먹고 배를 채우기 위해서 샘물을 많이 마셔 설사도 잦았다.

 

  이미 부모님은 우리 모두 잘살아보자는 열망을 모두 보시지 못한 채 가야산이 보일락 말락 하는 먼 차가운 곳에서 누워 계신다. 인생은 누구나 언젠가는 먼 곳으로 가게 마련이지만 전능하신 신()께서는 어찌하여 굶주림과 고통 많은 벽촌에서 한이 많은 분들에게는 그 눈물을 닦아드리지 못하고 가시도록 내버려두시는가.

 

  이제 저 하늘에 무심히 흐르는 구름을 보며 언젠가는 그때 그리운 시절을 모두 안고 그분들을 만날 하늘의 여행을 생각해 본다. 산기슭 풀뿌리를 캐먹으며 가난한 벽촌에 살아왔기에 생로병사의 진리를 뜨겁게 음미하면서 생생하게 그날들을 잊지 않도록 이 명화를 제작해주신 조 화백님께 깊이 감사드린다.

 

  나의 큰 방 눈만 뜨면 보이는 이 그림, 매일 가야산을 보고 오르내리며 가신 님을 만나고 또 만나면서 생명의 맥박이 열심히 뛰다가 뚝 그칠 때까지 고향과 그 푸른 하늘과 뭉게진 고향 옛집을 가슴에 안고 오늘도 뛰고 있다. 또 내일도 뛸 것이라는 마음가짐을 굳게 하면서....

 

                                                       고향이 그리운 가을 날 2016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