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은 바람을 거역해서 향기를 낼 수 없지만, 선하고 어진 사람이 풍기는 향기는 바람을 거역하여 사방으로 번진다.

방명록 77

담이와 여름이

담이와 여름이 필봉 최 해 량 추석을 앞두고 몸도 마음도 씻을 겸 온천을 찾았다. 이름이 널리 알려진 곳도 아니고 집에서 가까워 동네 목욕탕처럼 드나드는 곳이다. 고개를 넘어 ‘○○전적 기념관’ 앞을 지나는데 눈길을 끄는 현수막 하나가 보였다. ‘호국 영령 잠든 곳에 동물 장례식장이 웬 말이냐!’ 동물 장례식장을 지으려고 신청한 것을 못마땅해 한 주민들이 내건 현수막이다. 자기 동네에 장애인 학교나 요양원이 들어오는 것도 결사반대하는 게 요즘 인심이다. 그런데 동물 장례식장이라니! 주민의 관점에서야 당연히 할 수 있는 주장이겠지만 그래도 왠지 씁쓸한 마음이 든다. 예전 같으면 죽은 동물의 사체는 야산에 버리거나 매장하는 것이 관례였다. 그러나 동물보호법과 관련 규칙은 일정한 시설을 갖춘 동물장례업자에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