茶 人
토우(土偶) 김종희
茶가 무어냐고 물으시거든
茶 나무에서 딴것이 茶라고 하소
어떻게 먹느냐고 물으시거든
물 부어 마신다 하소
왜 마시냐고 물으시거든
마셔보고 싶어 마신다 하소
무슨 덕(德)이 있느냐 물으시거든
답답한 것이 풀릴까봐 마신다 하소
답답한 것이 풀리더냐 물으시거든
아직 적게 마셔 모른다 하소
좋은 사람 누구냐고 물으시거든
잘 속는 사람이 좋은 사람이라고 하소
누구에게 배웠냐고 물으시거든
토우(土偶)에게 배웠다고 하소
토우(土偶)가 어떤 놈인고? 물으시거든
미친개 같은 영감이라고 하소
해인사를 오르는 산길은 하늘로 치솟은 소나무와 맑은 계곡이
늘 신선한 충격을 안겨준다.
그 산턱에 "강파도원"이라는 도요지와 전시관이 있다.
토우 김종희 도예가 가 평생 살던 곳이다.
물소리가 아름답고, 외딴 곳이라 진돗개를 만나는 것도 흥미롭다.
곳곳에는 도자기 파편들이 널려 있다.
평소 도방을 찾으면,
도자기 접시에 전병(煎甁-센베이) 과자를 내놓고 녹차를 우린다.
아무런 격식이 없어 편하지만, 선생의 인품과 인정은 방을 가득 채운다.
그분은 생을 다할 때, 자녀들에게 이렇게 유언을 했다.
"일체 부고(訃告)하지말고 운명한 다음날 바로 장사 치러라./
장례를 치른 뒤 나를 알고 있는 사람들에게 죽음을 알리라/
꽃은 두지 말고 두려거든 들꽃 한 묶음을 얹어라/
관을 하되 상여를 하지 말 것이며/
묘는 쓰되 봉분이 동물들이 다니는데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자연스레 만들라."
남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려 했을 뿐만 아니라,
이름 없는 짐승까지도 배려한 것이다.
다른 작가가 만들지 못하는 백자 달 항아리, 큰 꽃병, 대형접시 등은 특유의 도예작품이다.
그분의 작품에는 여유와 허허로움이 풍긴다.
그러나 우리 다인(茶人)들은 무엇보다 선생이 생활다기인 백자(차그릇)을 만드는데
평생을 바친 사실이 더 고맙다.
아무런 꾸밈도 없고 조선 백자정신이 녹아있는 선생의 삼인기(三人器).
오인기(五人器)를 쓰고 싶어하는 것이다.
오늘도 토우 선생의 백자 찻잔을 만져보고 또 만져본다
- 우리차문화연합회장/하오명/영남일보신문에서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