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은 바람을 거역해서 향기를 낼 수 없지만, 선하고 어진 사람이 풍기는 향기는 바람을 거역하여 사방으로 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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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오는 창가에서 인생을 뒤돌아보니

가야돌 2024. 2. 4. 12:20

봄이 오는 창가에서 인생을 뒤돌아보니

 

  내일이면 2024 2 4, 벌써 입춘이다. 아직 겨울날씨가 가시지는 않았지만 벌써 봄이 소리도 없이 멀리서 달려오고 있다. 옛날에는 입춘인데도 왜 겨울 날씨인가 했는데 1 24절기 중 첫 번째 입춘이지만 아직 지구는 자전의 속도에 따라 봄을 맞이할 세월이 닥쳐왔지만 대지는 아직 맞이할 준비가 덜된 탓이라고 옛날 학교에서 배웠다.

  그런데 며칠 전 새해인가 했는데 벌써 한 달이 지났으니 세월은 참 빠르다. 그러고 보니 내 나이가 벌써 백발이 된 할아버지가 되었다. 산골 벽지에 자란 우리들 어릴 적에는 5남매였는데 일곱 식구가 겨울 긴긴날 3-4개월 동안은 온돌방 한 칸에서 먹고 자고 생활했다.

  온돌방 남향 방문쪽에는 놋쇠화로가 하루종일 터줏대감인양 안방노릇을 했다. 아부지(아버지)는 유독 담배를 즐겨 드셨는데 수시로 말린 담배를 대꼬바리(담뱃대)에 꾹꾹 담아 담배연기를 뿜어내셨다. 온돌방 크기는 4명 정도만 생활이 가능했던 좁은 방이라 부엌과 바캍 봉창문, 사람 드나드는 대나무로 만든 방문은 문이 열릴 때마다 찬바람이 들어와 솜옷이불을 아랫목에 뭉쳐놓고 발들을 중앙으로 모아 수시로 꼬집고 간지래며 맨발로 차곤 했다. 그 당시 중고등학교는 30여 호 산간마을에 2,3명이 고작이고 25리 읍내를 벗어나야 학교가 있어 시간에 쫏기다보니 매일 새벽밥을 먹는 듯 마는 듯했다. 만약 이 정도 학교라도 나오지 못했다면 현재 이 글도 쓸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식구들이 많아서, 먹을 것 부족했지만 차라리 지금보다 그때 그 시절이 그리운 것이 왜 여기와서 이제사 자신을 책망하는 마음이 많아지는지 모르겠다. . 

 

  봄이면 누님과 친구들은 산으로 들로 나물 캐러 다니기 바빴다.  우리 또래들은 잔디 캐기, 버들강아지 따먹기, 늦봄이면 가재잡기 등으로 놀기 바쁘기만 했다. 집에서는 밤이 되어야 호롱불 밑에서 숙제를 해야만 했다. 겨울이면 바지개에 지게작대기를 꽂아두고 방안 문구멍으로 내다보면서 참새 잡는 게 얼마나 재미있었던가.

 

  길고도 추운 겨울 썰매타면서 얼음에 깨쳐 빠지기도 했고, 봄날 새벽 종달새 우짖는 소리에 잠이 깨여 새벽에 일어나야했고, 무더운 여름, 저녁 물국수로 배를 채우고 등이 까칠한 멍석을 깔고 누워 어머니에게 옛얘기 듣다 잠이 들어 어머니는 내가 깰세라 살며시 등에 업고서 마루에 재우시던 옛날을 생각하면 지금도 못다한 불효자식의 잘못으로 목이 메인다.

 

  그런데 같은 마을 학교 한 친구도 그렇게 물마시듯 술을 좋아하다가 먼저 세상을 떠났고, 성주 촌에서 대구상고를 나와 일찍 은행에 다녀 부러움을 샀던 친한 친구도 세상을 일찍 마감하였다. 학교를 졸업하고 제각기 뿔뿔이 흩어진 동창생들이 일년에 몇 번 만나는 게 정말 큰 즐거움이었는데 최근에는 자꾸 하늘로 가는 친구가 생겨져서 모임도 부서졌다.

 

  지금 생각하면 무정한 게 세월이고 아쉬운 게 못 보는 아픔이다. 나이는 속절없이 주위를 흔들고 지나갔는데 부모님도 형님도 큰누님도 이 세상을 떠났다. 남은 삼남매도 나이가 너무 든 탓인지 만남을 모두 힘들어하고 있다.

  이제 무언가 남길 말이 있다면 아직도 남아 있는 친구라도 자주 만나고, 돈이 없으면 작은 돈이라도 쪼개어 쓰며 즐거움도 나누고, 구태어 과거 추억에 목매달지 말며, 남아 있는 가족들에게 매일 웃음을 선사하고 지나도록 하자.

 

  긴 겨울을 보내면서 겨울 끝자락에서 생각나는 대로 적어보는 내용이 갈 길 바쁘고 마음은 겨울 벌판처럼 춥기만 하다. 마음이 가난한 자는 무엇이든 감싸안을 준비가 되어 있다. 오늘 짧은 시간이라도 세월, 친구, 추억 등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느껴본다. 가급적이면 후회를 작게 하고 작은 즐거움을 큰 보람으로 느끼면서 내가 할 수 있는 남은 일이 있다면 행동으로, 가치 있는 일로 마무리 하도록 해보자. 나는 최근 한 달 동안 예기치 못한 상처로 요양을 하고 있지만 기적 같은 행운으로 일어설 수 있었다.

 

  지금 가족애, 기후재앙, 동방예의지국 등 모든 것이 뿌리 채 뽑히고 있다. 우리들의 2세는 우리들조차도 등에 업고 같이 가기 어려운 세계로 흘러가고 있다. 산교욱도 필요하다. 그들도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현실보다 더욱 가혹한 미래를 감내해야하는 시대가 도래 할 것이다. 일곱 명 여덟 명들이 밥 달라고 손 벌리던 그렇게도 춥고 배고팠던 시절이 오히려 감내할 수 있었던 것은 예의를 지키고, 사랑하고 감사했던 것이 사무치게 그리움으로 느껴지는 날로 변하여닥쳐 올 것이다.

  동방예의지국이, 노인들의 생활관이 진실로 위대했다는 가치관이 전설로 사라지지 않도록 유물로, 전설로 폐기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남은 세월 우리들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모습을 깨지고 있는 거울 한곳이라도 줏어들고 비쳐주는 자화상을 만들어야 되지 않겠는가.

  만약에 사흘이 멀다하고 만날 때마다 인사를 하던  이웃집 사람이 몸이 망가져 일어나기 어려운 형편이 되었을 때 위로의 말이라도 전달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보자.  

 

사진 소개(2023. 3. 23, 양산 통도사)

홍매화

 

소금단지(화마로부터 예방하기위한 유래)

반야용선(저승갈 때 타고가는 배)

자장암 서쪽에 위치한 영축산의 비경

 

 

자장암에서 바라본영축산의 아름다운  풍경

 

아미타여래삼존상(국가등록문화재 617호)
금와공 / 자장율사가 수도할 때 두 마리 개구리가 물을 혼탁하게 하므로 신통력으로 석벽에 구멍을 뚫고 개구리를 들어가게 했다고 전한다.
자장암

 

 

 

 

32-599. 옛동산에 올라(바이올린).mp3
5.25M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