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은 바람을 거역해서 향기를 낼 수 없지만, 선하고 어진 사람이 풍기는 향기는 바람을 거역하여 사방으로 번진다.

여행/국내여행

김천 방초정(金泉 芳草亭) 정자와 애달픈 사랑의 최씨담(崔氏潭) 이야기

가야돌 2023. 9. 7. 22:21

방초정(芳草亭)

  김천 방초정(金泉 芳草亭)은 경상북도 김천시 구성면 상원리에 있는 정자 건축물이다. 1974 12 10일 경상북도의 유형문화재 제46호로 지정되었으며, 2019 12 30일 대한민국의 보물 제2047호로 지정되었다

 

  정면 3, 측면 2칸의 팔작지붕건물. 선조 때 부호군(副護軍)을 지낸 이정복(李廷馥)이 창건하였으며, 1723(경종 3) 여름 홍수에 유실된 것을 4년 뒤인 1727(영조 3)에 중건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이 정자는 상원리 원터 앞 동쪽에 위치하고 있으며, 2층누각의 형식으로 꾸며놓았다. 영남지방의 정자로는 보기 드물게 마루 한가운데에 한칸 크기의 온돌방이 꾸며져 있고, 주위에는 담장이 설치되어 있지 않아 시원스러운 느낌을 준다.

 

  주변의 경치가 뛰어나 예로부터 경치를 감상하기 위하여 많은 문인묵객이 찾아들었다고 하며, 그들이 읊은 시를 새긴 38개의 현판이 지금도 정자 안에 걸려 있다. 앞에는 커다란 방지(方池)가 꾸며져 있으며, 물 가운데에 섬이 둘 있다.(한국민족문화 대백과사전)

 

  이정복의 호 방초(芳草)의 뜻은 "꽃다운 풀"로 당나라 시인 최호(崔顥)의 등황학루(登黃鶴樓)의 시 첫 구절 "꽃다운 풀"은 '앵무주에 무성 하도다'에서 따 왔다고 하며, 방초 이정복은 호조판서를 지낸 이숙기(1429~1489) 5세손으로 이곳 원터 마을은 이숙기의 차남 이세칙 때 정착한 마을임.

 

최씨담(崔氏潭)

  이정복이 세운 정자와 최씨담에는 조선의 쓰라린 역사와 연안이씨 집안의 슬픈 가족사가 담겨 있다. 1592(선조25) 임진왜란이 일어났다. 구로다가 이끄는 제3번대와 모리와 시마즈가 인솔하는 제4번대가 성주 지례 개령 김산을 지나 추풍령을 향했다. 그때 이정복은 원터에 있었다.

 

  1년 전 하로마을의 화순최씨에게 장가를 들었던 그는 처가에서 혼자 본가로 돌아와 있었다가 전쟁이 터지자 선영이 있는 능지산 아래 피신했다. 친정인 하로 마을에 남아 있던 부인 최씨는 왜군이 가까이 오고 있다는 소식을 듣자 죽어도 시집에서 죽겠다며 여종 석이를 데리고 시댁으로 향했다. 40여리 산길을 걸어 도착했으나 시댁 식구들은 모두 피난을 가고 없었다. 시댁식구들이 있는 능지산으로 발걸음을 옮기던 중 왜구들과 마주쳤다.

 

  최씨는 왜구에게 겁탈을 당하느니 깨끗하게 죽겠다며 웅덩이에 몸을 던졌다. 최씨를 따르던 여종 석이도 뒤따라 자결했다. 최씨의 나이 17세였다사람들이 이 웅덩이를 최씨담이라 불렀다. 이정복은 부인이 자결한 웅덩이를 확장해 연못을 만들고 그 옆에 자신의 호를 따 방초정을 세웠다

(출처 : 경북일보)

 

   화순 최씨 정려각 앞에 세워진 노비 석이(石伊) 비석은 1975년 최씨담 준설공사 중 물속에 묻혀 있다 발견되어 화순 최씨 정려각 앞에 세워졌다.

 

   정려각 옆에 비각이 하나 더 나란히 서 있다. 1937년에 세운 풍기 진씨의 열행비(烈行碑). 풍기 진씨(1912~1935)는 이정복의 후손 이기영의 처다. 열여덟에 이기영과 혼인했는데 늑막염으로 고생하던 남편이 친정에서 복막염으로 숨지자, 치료를 제대로 못 해준 자기 탓으로 여겼다.

 

   진씨는 남편의 시신 옆에 가 반듯이 누워 일체의 음식을 거부하다가 결국, 그 방에서 굶어 죽었다. 그의 나이 24세였다. 전국 각 유림에서 애도문과 제문, 만사 등을 보내왔으며 2년 후 정려를 세워 후세인의 본보기로 하였다는 게 <영남삼강록> <충의효열지> 열부 편에 전하는 내용이다

 

이정복의 처 화순 최씨의 정려각과 풍기 진씨의 열행비(烈行碑)

 

이정복의 처 화순 최씨의 비

 

                                                               노비 석이(石伊) 비석

 

풍기 진씨의 열행비(烈行碑) 

 

 

 

 

 

한보방초정판상운

 

曠野秋亭碧月新 빈 들녘 가을 정자에 푸르스름한 달빛

我煙蕭灑想前人 나는 산뜻한 안갯속에서 옛사람 그리네.

老松高柳亦差地 노송과 버들의 땅은 또한 울퉁불퉁인 듯

一景問詩芳艸春 한 경치 시로 묻나니 방초의 봄일세.

 

                                                                         송병선

 

 

방초정 차원운

 

芳艸年年一色新 방초는 해마다 일색의 새로움인데

亭中不見舊遊人 정자에는 옛적 노닐던 이들 보이잖네.

至今惟說詩風美 지금 오직 시풍의 아름다움 말하노니

溝樹君家別作春 냇가 나무 아래 그대 집은 봄을 만났구려.

 

                                                                     송병선

 

                                  (김천선비문화연구회에서 발췌)

 

방초정 상원리 마을 입구 들판( (벼 이삭이 패기 시작하였음)

 

지례면에서 증산면으로 넘어오는 아흔아홉구비를 오르면서 바라본 산의 운무

 

    김천시 입구 국도 양천교차로에서 본 평화로운 들녁(2020년 7월 31일 오전 8시)

 

 

       로 망 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