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은 바람을 거역해서 향기를 낼 수 없지만, 선하고 어진 사람이 풍기는 향기는 바람을 거역하여 사방으로 번진다.

나의 이야기

휠체어를 밀면서 산책하는 노부부

가야돌 2023. 8. 16. 11:34

 

                                              휠체어를 밀면서 산책하는 노부부

 

  칠성교에서 북향을 보노라면 경대교와 도청교 사이에 산격시청사(구 경북도청)가 보이고 신천의 맑은 물이 굽이치며 금호강으로 흘러가고 있다나는 지난 7월 2일 오후 4시 이곳에서 보고 느낀 잊을 수 없는 목격담을 풀어놓고자 한다그날 칠성 고가도로 하단 칠성시장 주자창이 길게 자리 잡고 신천변 인도와 접한 난간 계단에 앉아 있는데 80대 가까운 할머니를 휠체어에 태워서 손잡이를 잡고 밀고 가는 어르신을 보게 되었는데 틀림없는 노부부였다.

 

  두 분은 휠체어를 세운 후 어르신은 할머니를 부축하여 나무 계단에 앉히고는 사람들이 많이 모인 곳으로 가시기에 할머니에게 문의 하였다.

  “안녕하십니까저 어르신은 바깥어르신입니까?

  “맞아요.”

  “이곳에 자주 나오십니까?”

  “23일 마다 자주 나옵니다.”

  “제가 뚜껑을 따지 않은 물병을 드릴 터이니 받으시겠습니까?”

  “그렇지 않아도 물을 사러 갔어요말만 들어도 고맙습니다.”

 

  나는 바로 밑 계단에 앉아 있었기에 불편할까 봐 자리에 일어나 앉아 있는 두 분의 모습을 바라보았다바깥어른은 음료수 캔 두 개를 사온 후 마시면서 신천을 바라보고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었다.

 

  나는 갑자기 눈앞에서 맑고 밝은 세상의 평화와 행복이 하늘에서 보이지 않는 바람처럼 내려앉는 것 같았다세상에서 가장 평화로운 모습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보게 되었다두 분의 포근하고 자애로운 모습끝까지 손잡고 가는 노부부의 사랑과 건강이 넘치는 아름다움에 뒤따라가는 나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큰 울림으로 다가오는 것을 느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