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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카페에 올라온 '아버지의 독백'

가야돌 2025. 5. 18. 11:36

    아버지의 독백

 

 

  다른 사람은 다 나이를 먹어도 나만은 나이를 먹지 않고 독야청청 하리라 생각 하고 에베레스트산 보다 더 높다는 보리 고개를 넘어 그저 앞만 보고 달려왔더니 산에 꽃은 언제 피고 졌는지 나는 지금 어디 만큼에 와 서 있는지 내가 걸어온 뒤를 보았을 때 발자취는 어떻게 새겨져 있을까 궁금도 하다.

 

  해는 서산 마루에 붉게 물들어 가는데 몸에 힘은 자꾸 빠져 나가는구나. 그래도 아들놈은 아버지 집을 호랑이 굴이라고 눈치를 보며 산다나? 이빨 빠진 종이호랑이가 된지 오래다. 가정 내 권력이 이제 가부장(家父長)에서 가모장(家母長)으로 넘어가고 있다. 실제 의사결정 과정과 소비의 주도권이 바뀌어 가고 있다. 이 모든 것이 아버지의 업보란다! 내 탓이요 내 탓이요 란다! 아버지와는 세대차가 생기고 독재자라 한다. 너희들도 나이를 먹으면 아버지를 이해 할 것이다.

 

  아버지란 기분이 좋을 때 헛기침을 하고 어려운 일이 생겼을 때 너털 웃음을 웃는 사람이다. 아버지란 울 장소가 없기 때문에 슬픈 사람이다. 눈물이 나면 하늘을 한번 쳐다보고 땅을 보며 삼킨다. 아버지란 자식을 결혼시킬 때 한없이 울면서도 얼굴에는 웃음을 나타내는 사람이다. 자식들이 밤 늦게까지 돌아오지 않으면 어머니는 열 번 걱정하는 말을 하지만 아버지는 열 번 대문을 쳐다본다. 아버지란 고독한 사람이다. 고부간에 문제가 생기면 이것 위기가 온것이다. 누구에 편을 들어서는 자살행위다. 여기에서는 이 말이 맞고 저기에서는 저 말이 맞어야 한다. 그렇다고 결코 주관이 없는 것은 아니다. 살아 가기위한 슬기로운 지혜인 것이다.

 

  아버지는 결코 무관심한 사람이 아니다. 아버지가 무관심 한 것처럼 보이는 것은 체면과 자존심과 미안함 같은 것이 어우러져서 그 마음을 쉽게 나타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어렸을 적에는 때쓰며 우는 것이 힘이요. 젊어서는 주먹이 힘이요. 중년에는 아는 것이 힘이요. 노년에는 돈이 힘인데 이제 손에 쥔것은 빈 주먹 뿐 가야할 노자도 걱정이다.

 

  그러나 아버지란 ! 뒷동산에 바위와 같은 존재이고 마을 어귀에 정자와 같은 사람이란다....

 

                                              (70이 넘으신 아버지가 홈페이지에 직접 올리신 글)